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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랜드마크에 '푸른빛'…자폐인에 '희망의 등대'되길

사랑협회 │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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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세계자폐인의 날’… 김용직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

남산타워 등 30여곳서 점등식

자폐아들 위해 대법관 꿈 접고 협회 만들어 14년째 온힘 쏟아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기 없게 장애인 신탁제도 중점적 추진”

“세계의 랜드마크 건물에 밝혀진 푸른빛이 자폐성 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우리 모두에게 꿈과 희망이 됐으면 합니다.”

2일 ‘제13회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김용직(66·사진)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은 “당초 큰 규모의 행사를 준비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약식으로 진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저녁 서울시청 청사를 비롯, 남산 N서울타워, 부산시청 청사 등 전국의 랜드마크 30여 곳에 푸른색 불빛의 장관이 펼쳐졌다. ‘블루라이트’(Light it up Blue) 점등식 캠페인은 자폐성 장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자폐성 장애인들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고, 또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색 조명을 세계 명소에 밝히는 범지구촌 행사다. 세계자폐인의 날은 2007년 유엔 총회에서 지정된 국제기념일로 매년 4월 2일이다.

김 회장은 자폐성 장애인 아들을 위해 대법관의 꿈을 접고, 2001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었다. 이후 법무법인 케이씨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며 2006년 자폐인사랑협회를 설립해 14년째 회장을 맡아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아동재활의학과 교수로 있는 부인은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협회는 전국 10개 지부에 60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자폐는 조기에 발견해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데, 제대로 된 정보가 부족해 부모들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협회를 만들게 된 이유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교육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프로그램을 도입해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특히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됐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라며 일자리는 자존감을 높여 주고, 소위 이상행동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발달장애인 3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이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에겐 아직 그림의 떡이다. 의사소통이 잘 안 돼 제대로 일을 하려면 1대1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마다 적성과 능력이 달라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결국 이들이 방치되고, 악순환으로 이어져 어려운 상황이 늘어난다”며 “자폐성 장애는 가정 파탄을 유발하기도 하고, 부모가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기를 원하는 장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모 사후 자폐성 장애 등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성년 후견인제’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 회장은 대안으로 가칭 ‘장애인 특별수요 신탁제도’가 최선이라고 판단해 가장 열정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특정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보살펴 주는 부모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이 된다고 했다.
 
 
[출처 : 2020. 4. 3일자 문화일보, 글·사진 =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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